18. 호국신앙이란?
중국 북조 시대에 유행한 왕즉불(王卽佛), 왕이 곧 붓다라는 신앙이 있다. 왕이 곧 붓다이기 때문에 백성들은 임금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다. 왕권을 강화하고 백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종교를 이용한 것이다.
호국신앙은 나라에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전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종교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불교에 의지해서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신앙(護國信仰)이 탄생했다. 호국의 대상인 임금과 붓다는 동일하기 때문에 나라를 지키는 일은 곧 붓다를 지키는 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호국신앙이 왕권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 (중국) 북조시대의 정치적 호국신앙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라를 지킨다(護國)’고 할 때, ‘나라’에는 내가 살고 있는 조국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 나라는 다름 아닌 부처님의 땅(佛國土)이자 정토(淨土)이기 때문에 누군가 이곳을 더럽힌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호국신앙은 내가 사는 현실이 곧 정토라는 현실정토(現實淨土) 사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정토는 죽은 다음에 태어나거나, 아주 먼 미래에 오는 세계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지금 여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공간을 청정하게 가꾸고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호국신앙의 모습은 백고좌회(百高座會)와 팔관회(八關會)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고좌회: 백 명의 고승을 초청해 국가의 액운을 물리치고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볍회
팔관회: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명복을 비는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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