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교 신앙은 기복(祈福)인가?
개신교를 믿다가 불교로 개종한 젊음 여성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교회를 다닐 때는 '도와주세요.'라는 기도만 하면 됐는데, 불교에서는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니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기복의 힘을 통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의 기본적 기능이다. 물론 소원을 비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소원(所願)에서 서원(誓願), 행원(行願)으로 숙성되어야 삶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원은 말 그대로 원하는 것을 '~해주세요.'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기복이 종교의 가장 원초적 기능인 점에서, 무언가를 바라는 소원은 '어린아이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ex. 시험을 잘 보게 해주세요.)
서원은 무언가를 '~해주세요.'보다는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불교 신앙은 기복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불교의식을 마치면서 행하는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중생을 건지고 번뇌를 끊으며, 법문을 배워 불도를 이루겠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할 것이다.(ex.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종교적 신앙은 서원에 이르러 비로소 어린아이의 단계를 벗어날 수 있다. 서원은 아이의 단계를 벗어나 삶의 지표를 세운다는 점에서 '청년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행원은 서원을 바탕으로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행원의 단계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종교적 삶이 익었다고 할 수 있다. 행원은 어린아이와 청년의 과정을 거쳐 한층 성숙된 '어른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격(人格)에서 불격(佛格)으로 전환은 소원이 아니라, 서원과 행원을 통해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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